왜 해야 하는가
하지만 곧 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바로 ‘왜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었어요. AI로 잘 만들어볼 수 있고, 사장님들에게 효용도 줄 수 있겠지만, 과연 이게 정말 우선순위를 높여서 해볼 만한 건인가?
가위 바위 보만 해도 그렇습니다. 37%가 나가는 건 알겠어요. 그래도 혹시 모를 희망 때문에 계속해서 가위 바위 보에 참여했고, 결과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참여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왜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측정엔 성공했지만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실패했어요.
나 개인의 문제도 이런데, 회사에서 이걸 과연 우선순위를 높여서 진행을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더라고요. 중요한 일이지만, 그 효과가 나오기까지 매우 오래 걸리는 대표적인 일이었거든요. 힘들게 출시한다고 해서 당장 사람들이 더 많이 몰리지도, 돈을 더 많이 버는 그런 기능도 아니고요.
그래도 당위성에 대한 믿음은 변함없었습니다. 가위 바위 보에서 계속 지는 건, 기준을 계속 바꿔봐도 지는 건 어쩌겠어요. 거기서 변화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냥 이 불운의 시기가 지나가길 바랄 수밖에. 하지만 캐시노트가 보유한 이 많은 비용 데이터를 더 잘 쓰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 분류가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캐시노트에 AI가 처음으로 본격 도입됐습니다. 그동안 기반 기술에 AI는 이미 사용되고 있었는데요. 서비스 개선을 위해 기능 차원에서 도입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 시작은 사장님들의 비용, 특히 매입 세금계산서 자동 분류입니다.
가위 바위 보!
매일 점심, 장부팀에선 사람들의 도파민이 하루 중 최대치로 폭발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바로 점심 먹고 펼쳐지는 커피 내기 가위 바위 보인데요. 언제부턴가 자꾸 제가 지더라고요. 에이 다음번엔 이기겠지 하면서 넘어가는 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 반복해서 지다 보니 이제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꼭 이기고 말리라.
그 후 조건에 변주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2등이 쏘기, 꼴찌가 쏘기, 1등이 쏘기 등등. 그래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10번 하면 8번 정도는 제가 걸릴 정도였으니, 오기는 사라지고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
카드 승인 문자를 보고, 카페를 골라내고, 내돈내산을 걸러내고, 나머지 것들을 ‘굴욕 내기’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를 해봤습니다. 그 결과는 한 달 용돈의 37%! 아아… 굴욕도 모자라서 용돈의 1/3이 넘는 금액이 내가 마시지도 않는 커피값으로 나가고 있다니. 당분간 내기에 참여를 안 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잠시 현타가 왔지만 곧 다른 생각이 들더라고요.
매입 세금계산서
사장님들의 비용 관리에도 적용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미 관리를 잘 하시는 적극적인 사장님들도 많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장님들도 많으니까요. 캐시노트의 비용 관리 기능이 부족한 탓도 있었을 겁니다. 한 번만 하면 이후엔 자동으로 분류해 주는 기능이 있긴 하지만, 그 한 번을 하나하나 직접 하셔야 했으니까요. 이런 걸 가장 잘 하는 게 바로 AI겠죠! 💡
일단 시도를 해보자는 생각이 든 다음 자연스레 어디에 적용할 것인가로 이어졌어요. 이 대답은 쉬웠습니다. 무조건 매입 세금계산서였거든요. 사장님들은 안정적인 사업을 위해 많은 거래처와 함께 하고 있고, 그 거래처들과는 수많은 세금계산서를 이미 주고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세금계산서의 내용들은 AI가 활용하기 좋게 표준화가 잘 되어있기도 하고요. 이런 좋은 상황을 잘 활용해서 시작을 잘 끊자는 생각이 들었죠.
게다가 캐시노트에서 이미 처리하고 있는 매입 세금계산서 데이터도 어마어마하게 많았습니다. 공급일자가 2024년 7월인 매입 세금계산서만 하더라도,
약 242만 건, 2조 4760억 원 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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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었거든요. 한 달만 해도 저 정도니, 충분히 좋은 모델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왜 해야 하는가
하지만 곧 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바로 ‘왜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었어요. AI로 잘 만들어볼 수 있고, 사장님들에게 효용도 줄 수 있겠지만, 과연 이게 정말 우선순위를 높여서 해볼 만한 건인가?
가위 바위 보만 해도 그렇습니다. 37%가 나가는 건 알겠어요. 그래도 혹시 모를 희망 때문에 계속해서 가위 바위 보에 참여했고, 결과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참여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왜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측정엔 성공했지만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실패했어요.
나 개인의 문제도 이런데, 회사에서 이걸 과연 우선순위를 높여서 진행을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더라고요. 중요한 일이지만, 그 효과가 나오기까지 매우 오래 걸리는 대표적인 일이었거든요. 힘들게 출시한다고 해서 당장 사람들이 더 많이 몰리지도, 돈을 더 많이 버는 그런 기능도 아니고요.
그래도 당위성에 대한 믿음은 변함없었습니다. 가위 바위 보에서 계속 지는 건, 기준을 계속 바꿔봐도 지는 건 어쩌겠어요. 거기서 변화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냥 이 불운의 시기가 지나가길 바랄 수밖에. 하지만 캐시노트가 보유한 이 많은 비용 데이터를 더 잘 쓰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 분류가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사업의 모든 과정을 쉽게 만들기 위해
다행히 회사에서도 곧 이 작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AI를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이 작업이 첫 과제가 됐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데이터 표준화도 잘 되어있고, 양도 충분히 많다는 장점이 확실했으니까요.
AI 추천 모델을 만들고, 검증하고, 서비스에 녹여내고, 캐시노트 AI의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고객센터에도 공유하고,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거쳐 8월 22일에 드디어 출시했습니다! 🎉
한국신용데이터의 미션입니다. 비록 당장 눈에 드러나는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작업이었지만, 저런 미션이 있기에 출시까지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AI와 함께 사장님들의 비용 분류 작업이 훨씬 더 쉬워지기를, 그리고 나아가 비용 절약으로까지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이제 기반을 잘 만들었으니 더 열심히 해야겠죠.
그래서 과연 출시 후 사장님들이 많이 쓰셨냐고요?
비용 카테고리가 지정된 거래처의 수가 2024년 1~7월 동일 기간 일 평균보다 12배 이상 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