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신용데이터는 어떻게 코로나19에 대응했나(1/2)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COVID-19)는 거의 모든 것을 변화시켰습니다. 마스크는 누구나 매일 쓰는 것으로, 해외 여행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사람을 직접 만나는 건 용기가 필요한 것으로, 창궐(猖獗)이라는 고색창연한 단어는 익숙한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변화를 가장 힘겹게 겪고 있는 사람들은 자영업 소상공인들입니다. 이들은 우리가 길을 걸을 때 주변에 보이는 음식점, 미용실, 잡화점, 학원을 운영하는 분들이고, 우리가 집 밖으로 나서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입니다.

한국신용데이터의 서비스 캐시노트 사용자 대부분은 이들 소상공인 자영업자입니다. 캐시노트는 사용자에게 카드 매출 관리를 중심으로 한 경영 관리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처럼 주된 사용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심대한 피해를 받는 전 세계적 전염병 창궐 상황에서 한국신용데이터는 어떤 결정을 내렸고, 어떻게 실행했을까요?

한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1월 말부터 다섯달 동안 한국신용데이터는 전에 없던 서비스 둘을 만들어 냈습니다. 소상공인이 자신에게 맞는 코로나19 피해 지원책을 찾아내고 지원할 수 있도록 돕는 코로나 비서와 소상공인의 매출 상황을 주간 단위로 보여줘 정책 당국이 시의적절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데이터 포털입니다. 이 글은 두 가지 서비스를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 모든 서비스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소이*1 : 처음에는 비즈니스로 접근했어요. 단편적으로 생각했죠. 코로나19로 사장님들이 장사가 잘 안 되니까, 돈이 필요하겠구나. 대출이 필요하겠구나. 그러면 금융사에서 좋은 조건으로 나오는 상품을 소싱해서 제공할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이정도 수준이었어요. 그런데 코로나19로 자영업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면서, 이걸 좀 더 전사적으로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볍게 아이디어를 올렸는데, 이걸 공동 대표인 션이 받았어요. 아예 슬랙에 #problem-market 이란 채널을 만들어서 제대로 발제를 하자고 했어요.(주1)

그렇게 발제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요?


소이 : 당연히 부담이 됐죠. 공식 채널이 되니까 문서화하는 부담도 있었고요. 그냥 아이디어 차원에서 얘기하는 거랑 달리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리서치도 부담이 됐고, 무엇보다 일을 던지는 거에 대한 부담이 컸어요. 이건 결국 제품화인데 비즈니스에 있는 사람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내가 아니라 남이 할 일을 만들어서 던지는 거 같아서요. 하지만 최소한 스타트는 하고 싶었어요. 장사가 안 되는 게 눈에 보였으니까요.

벡*2 : 2월 25일에 31번 확진자(대구 대량 감염의 시발점이 된 확진자)가 나오고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소이와 중간 중간 얘기했어요. 손님 떨어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요. 소이도 남편분이 이태원에서 매장을 하시거든요. 설 연휴 때부터 조금씩 상황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정부 위기 관리 상황도 주의에서 경계로, 심각으로 바뀌면서 결국은 31번 확진자가 나왔죠. 저는 이때부터 우리가 뭔가를 해야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자영업자, 소상공인, 개인 사업자를 위한 서비스를 만드는데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 이분들을 공감하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고요. 션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죠.

”우리가 자영업자, 소상공인, 개인사업자를 위한 서비스를 만드는데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 이분들을 공감하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처음부터 지금처럼 두 가지 서비스로, 완전히 기획하고 시작했나요?

소이 : 아니오. 최초의 아이디어는 정부의 정책 자금 지원을 한데 모아서 보여주자는 거였어요. 이걸로 위키(한국신용데이터는 컨플루언스로 업무용 위키를 만들어 자료를 공유한다.)를 파서 정부에서 나오는 온갖 지원책을 모았어요. 그런데 정말 다 다르고, 엄청 복잡하더라고요. 지역, 업종, 매출, 중복 지원 여부까지… 그렇게 온갖 기준을 다 따져봐야 뭘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있겠더라고요.


벡 : 어떻게 보면, 기획이라기보다 생각을 다양하게 크게 했어요. 그때는 이미 전사 원격 근무로 전환한 상황이었는데요. 몇 시간씩 연속으로 회의를 하면서 우리가 그때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전방위적으로 얘기했어요. 미리 준비를 하고 회의를 한다기 보다, 모든 것을 얘기해보자라는 느낌으로 회의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찾고 그랬어요.

숀*3 : 회의가 실시간으로 이어지면서 실제로 아이디어를 검증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했어요. 누군가 이런 식으로 데이터를 보면 이렇게 보이지 않을까? 하고 아이디어를 내면, 저는 잠깐 회의 빠져서 데이터 뽑아서 검증해 보고. 그리고 그거보다는 다른 방식이 낫겠다고 제안도 하고요. 이런 식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회의와 데이터를 통한 검증이 동시에 이뤄지는 방식이었어요.

긴 회의가 생산성이 있기는 쉽지 않은데요. 집중력이 떨어지고, 그럼 각자 딴 일을 하게 되잖아요.

벡 : 애초에 그렇게 타이트한 회의가 아니었어요. 회의 하다가 밥 먹으러도 다녀오고, 다른 일 있으면 나중에 들어오기도 하고 했죠. 여러 사람이 이 상황을 공유하고, 자기 생각을 내고, 이런 게 중요했던 거 같아요.

소이 : 아이디어가 펼쳐지면서, 리소스가 모자라졌어요. 우리끼리는 ‘마중물팀’이라고 표현했는데요. 도저히 그 몇 명이서 할 일이 아니었어요. 마중물 팀이 질문을 던지면 각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이걸 반영해서 의사 결정을 해야하는 거죠. 2월 마지막 주말에는 멤버가 최대 10명까지 늘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일단 공감이 이뤄진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그 다음주에 바로 길게 전사 공지를 했어요. 지금 이건 길어질 수 있는 사태고 영향력이 크다고요. 바로 전사적으로 우선 순위를 높여서 ‘코로나19 대응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어요. 지금 진행하는 일은 일단 홀드하고라도 여기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거죠.

다들 자기가 하는 일이 있었을 텐데요. 전사적으로 역량을 집중한다고 해도 하던 일 내던지고 여기에 맞춰서 자기 할 일을 찾는 것도 어렵잖아요.

소이 : 당장 제가 속한 금융 비즈니스 팀도 업무 연속성이 중요한 팀이었거든요. 예를 들어서 지금까지 여섯달 정도 진행해온 일은 2주일 정도 중단한다고 하면, 그게 중단한 기간만큼 미뤄지는 게 아니라 그동안 진행해온 여섯달이 모두 무가치해질 수 있어요. 그렇지만 결론적으로는 공감이 됐어요. 우리 주고객은 소상공인이고, 이 분들이 힘들어하는 시점이었으니까 당연히 해야하는 거였어요. 그 이전까지는 주 컨택 포인트가 카드사, 그중에서도 카드 발급 담당자였다면 코로나19 이후로는 각 지역 신용보증재단, 카드사를 만나더라도 청구대금유예 진행하는 팀을 소개받았어요. 다행히 지금은 많은 은행에서 소상공인이 대출을 받을 때 캐시노트 데이터를 통해 매출 감소를 증빙할 수 있도록 받아주고 계시고요. 케이뱅크, 우리은행에서는 공식적으로 받아주고 계세요. 결국 좋은 레퍼런스가 됐죠.

벡 : 전사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서 그런지 다들 빠르게 전환했어요. 마케팅팀은 그때까지는 주로 서비스 설치나 이런 쪽으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요. 페이스북에서 대구 소상공인들이 재료가 남아서 팔지도 못하고 썩어가고 있다는 얘기를 보고 그런 분들을 도와줄 수 있는 마케팅으로 바로 방향을 틀었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스멀스멀 카드사 청구대금 유예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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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 물론 앞서서 조직 전반에 이번 일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공감을 얻고 이런 과정이 전사적인 컨텍스트 전환에 도움이 된 건 맞아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데이터팀을 세팅하면서 미리 데이터를 준비해 놓지 않았다면 아무리 애를 써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을 거예요. 데이터로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 바탕을 다져놓았으니 가능한 거였죠. 애초에 다른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 데이터를 지역, 세부지역, 업종, 세부 업종, 주간, 일간, 시간 이런 식으로 다양하게 뽑아서 볼 수 있도록 준비를 해놨기 때문에 코로나 비서라든지, 데이터 포털을 만들 수 있었어요.

참고 기사 : 캐시노트, 금융권과 코로나19 피해 입증 자료 제출 간소화 협업

“미리 데이터를 준비해 놓지 않았다면 아무리 애를 써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을 거예요. 데이터로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 바탕을 다져놓았으니 가능한 거였죠.”

맨 처음 출시된 서비스는 무엇이었나요?

소이 : 각종 정책자금 및 지원책을 한데 모아 보여주는 신종 코로나 피해 기업 지원 제도 종합정보 안내 페이지였어요. 구중에서 카드 청구 대금 유예 제도가 가장 임팩트가 크다는 쪽으로 결론이 모아졌어요. 사실 저는 이게 그렇게까지 임팩트가 클 줄 몰랐는데, 실제 장사를 하는 입장인 벡이 강력히 주장해서 이걸 앞으로 당겼죠.

벡 : 그때 생각한 임팩트의 우선 순위는 이랬어요. 우리가 어떤 서비스를 만들면 지금의 장사가 안 되는 상황을 장사가 잘 되는 상황으로 만들 수 있을까? 코로나 상황에서 그건 불가능하잖아요. 손님 유도는 힘들고, 위험하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그때 중요한 건 현금이 마르는 걸 막는 거였어요. 물론 더 심해지면 대출로 가야 하는데, 대출로 가기 전에 카드 청구 대금을 유예해 주면 지출을 줄이면 현금이 마르는 걸 막아줄 수 있잖아요. 이런 방향으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방향을 정하고, 모든 팀이 할수 있는 방안을 찾아서 리스트를 만들었죠.

소이 : 그때 마침 정부(금융위원회)에서 자료가 나왔어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의 카드 대금 유예 신청을 카드사를 통해서 접수 받는다고요. 그런데 그 다음주에 보니까 신청한 사람이 거의 없었던 거예요. 모든 카드사에 전화해서 알아보니, 카드사마다 조건이 다 달랐던 거예요. 그래서 이걸 제대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부터 지금처럼 앱 안에서 조회하는 형태를 구상한 거였나요?

소이 : 맨처음에는 별도 게시판을 만들어서 고객이 열람할 수 있게 하려고 했어요. 이건 서비스를 시의적절하게 전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카드사마다 조건이 다 달라서, 그걸 조사해온 우리가 봐도 헷갈리는 거예요. 이 방식으로는 큰 도움이 안 되겠다 싶었는데, 캐시노트 프로덕트 팀에서 이 문제를 빠르게 캐치했어요. 그래서 지금처럼 사용자가 카드를 캐시노트에 연동하면, 카드 청구 대금 유예 가능한지 알려주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어요.

벡 : 개발 시작할 때는 캐시노트 안에서 카드 청구 대금 유예 가능 여부를 조회한 다음에 청구까지 바로 할 수 있도록 만들려고 했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출시가 느려질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모든 카드사와 다 이야기를 해보기는 했는데, 코로나19 관련 아젠다에서는 시의적절하게 서비스를 내놓는 것, 적시성을 최우선으로 삼아서 진행했어요.

“코로나19 관련 아젠다에서는 시의적절하게 서비스를 내놓는 것, 적시성을 최우선으로 삼아서 진행했어요.”


(다음 편에 계속)

(다음 이야기 : 한국신용데이터는 어떻게 코로나19에 대응했나 (2/2)에서 계속)

*1 : 소이는 은행, 카드사 등 금융 기업과 만나 금융 분야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 개발하는 금융 비즈니스 담당이다.

*2 : 벡은 한국신용데이터의 개발자이자, 을지로에서 ‘서울라이트’라는 와인바/카페를 하는 사장님이기도 하다.

*3 : 숀은 한국신용데이터의 CTO 겸 데이터 리드로, 5명 규모의 데이터 팀을 이끌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프러덕 팀, 인프라 팀과 별도 조직으로 데이터 팀을 두고 있다.

주1. 이를 계기로 한국신용데이터에서는 누구나 새로운 아이디어(#all-idea)를 발제하고, 이를 문제 정의 수준으로 개발하고(#problem-market), 관련된 팀이 함께 자원을 투입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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