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


아예 창업부터 시작해볼까? (사장님 되어보기 외전)

한국신용데이터
202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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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못 치는 프로 야구 타자의 타율이 아니다. 음식점이 창업 후 5년을 버틸 확률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창업 후 5년 이상 생존하는 가게는 10곳 중 2곳 밖에 안 된다.(관련 기사 & 통계청 자료) 창업도 어렵다지만, 가게를 운영하고 유지하고 성장하는 것은 더 어렵다.


서울신문 2023.1.12

#1 창업, 사업을 시작하는 순간

한국신용데이터에 입사한 후부터, ‘소상공인 사장님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분들이 한국신용데이터의 핵심 서비스인 캐시노트의 고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장님 되어보기 프로그램을 담당하면서 사장님들의 삶과 고민을 더욱 진지하게 마주하게 됐다.

“사업의 모든 순간,
사업을 시작하고 운영하고 성장시키는 모든 과정이 쉬워지도록 돕습니다.” (한국신용데이터의 mission)

사업을 운영하는 순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게 됐다. 적어도 와인 보틀샵에 대해서는. 하지만, 와인도깨비 강남점의 오픈 과정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기에, 사장님들이 사업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알아보고 싶어졌다.

이 고민은 매우 진지하다. 구성원들이 사장님들에게 더 공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공감해야 한다. 진정한 공감을 하기 위해서, 내가 진짜 사장님이 되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공감은

사장님 → 나 → 온보딩 프로그램 → 구성원

와 같은 순서로 흐르기 때문이다. 내가 공감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 내용이 온보딩 프로그램에 반영될 수 없다. 온보딩 프로그램에 반영되지 못한 것이 구성원에게 전달될 수 없다.

때마침 Andres가 ‘캐시노트 오픈 원클릭’을 기획했다. 창업 박람회라니! 지금 고민에 딱 맞는다. 동료의 프로젝트를 지원할 겸 창업박람회의 부스 스텝으로도 자원했다. 이를 바탕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사장님’의 관점에서 창업박람회 다녀온 썰을 풀어보려고 한다.

(오픈 원클릭 서비스와 참가업체 직원으로서의 스토리는 다른 글이 있다.)

누가 보면 진짜 와인 도깨비 사장인 줄 알 것 같다 (사내 메신저 스크린샷)

#2 처음에는 막연한 관심으로

이번 창업박람회는 총 600개 업체가 참여한 역대급 규모의 박람회라고 한다. 방문해 볼 업체는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선정해 봤다.

- 시식했을 때 정말 맛있는 곳 (음식점이라면)
- 작은 평수로도 오픈 할 수 있는 업종 (임대비를 고려)
- 회사 다니면서 부업으로 할 수 있는 업종 (알바로 가능 or 무인)

우선은 음식점부터 알아볼까?

음식점은 고르기 쉬웠다. 맛있는 음식냄새가 인도하는 대로 발걸음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곱창, 초밥, 육회, 치킨… 부스마다 시식하려는 참관자들의 줄이 길었다.
(대구의 아들인 나는 곱창이 제일 맛있었다.)

초딩 때 길거리 닭꼬치 트럭 사장님이 꿈꿨던 적이 있다.
‘이 맛있는 것을 내가 판다면,
이 맛있는 것을 나도 매일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손님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음식이라면 정성이 들어가할 텐데.. 패스트푸드가 아닌 이상 ‘사장이 없는 식당’을 운영할 수는 없어 보였다. 그래, 부업으로 식당은 안되겠다.



그렇다면 카페는 어떨까?

먼저 프리미엄 브랜드를 찾았다. 나도 아내도 종종 들르곤 하는 ‘A’ 브랜드는, 가맹사업을 시작한지 10년 정도 되었기에 프랜차이즈로서는 안정기라고 했다. 브랜드 명성 유지를 위해서 매장 입지선정도 아주 까다롭다고 했다. 그러면 임대료도 비싼 곳이겠지. 이런저런 창업비용을 따져보면 15평 기준으로 대충 1억 4천 정도가 들어간다 했다. 본사로부터 공급 받는 재료의 원가율은 판매가의 약 30%. 거기다 매달 매출의 3%를 로열티로 꼬박꼬박 내야 되98더라.

프랜차이즈 본사 사장님이 부러워졌다.

다음은 가성비 커피로 유명한 ‘B’ 브랜드를 방문했다. 수십여 종류의 맛있는 메뉴들과 저렴한 가격은 손님들에게 분명히 매력적일 것 같았다! 박리다매 전략이다. 가입비와 교육비는 약 800만원 정도. 와아! 프리미엄 카페와 비교하면, 가맹비가 절반도 안된다! 계약이행보증금을 500만원을 내고, 인테리어에 커피머신과 가구집기류까지 하면 초기 자본이 7~8천만원은 들겠더라. 잠시 지도앱을 열어서 우리 집 앞 상권을 찾아봤다. 비슷한 수준의 카페가 5곳이 있더라.

도저히, 옆집 카페들과 경쟁하며 하루 수백 잔을 팔 자신이 없었다.


인건비가 안 드는 무인가게는 어떨까?

박람회장에는 온갖 무인 프랜차이즈가 넘쳐났다. 무인 과일 가게, 무인 초밥, 무인 카페, 무인 프린팅 인쇄, 무인 즉석 사진, 무인 독서실, 무인 문방구, 무인 골프연습, 무인 라면 자판기, 무인 코인 세탁소 등등 무인 가게는 참 많았다. 정말 웬만한 업종은 모두 무인으로 대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나씩 방문하여 살펴보면서 고민을 해봤다.
음식류는 유통기한이 걱정되어서 패스. 독서실은 넓은 공간이 필요하니 임대료 때문에 패스. 아참, 즉석 사진은 우리 동네에서 몇 달 만에 폐업했었지. 골프는 내가 잘 모르는 분야니깐 패스. 문방구는 구색 갖춰야 할 제품이 많아 재고 관리가 어려울 것 같고. 우리 동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는 애들이 자꾸 훔쳐간다고 사장님이 출근을 하시더라.

그래 세탁소가 괜찮아 보인다!
애들 상대가 아니니 객단가도 괜찮고, 세탁기는 크고 무거우니 도난 위험이 없다. 게다가 세탁소의 이미지 자체가 깨끗해서 좋다. 한번 방문한 고객은 매주 / 매달 주기적으로 이용할 거라 좋을 것 같고! 마음속에 ‘세탁소’를 저장했다.

그러고는 퇴근길에 우리 동네와 옆 동네 무인 세탁소를 정확히 8곳 직접 답사를 했다. 참 많더라. 계절별 매출편차를 고려해 보수적으로 순이익은 월 평균 200~300씩으로 가정했다. 초기 투자금 1억 2천 정도를 회수하려면 4년 정도는 걸리겠더라. 투자금 회수 후, 즉 4년 후 부터 버는 돈이 진짜 이익인거더라. 패스…

무인 가게라고 쉬운 것은 아니더라.
쉬워 보인다고 돈을 쉽게 버는 것도 아니더라.

인생을 바꾸는 ‘쉬운 길은 없다’라는걸 깨달았다.

#3 창업의 순간에도, 수 많은 고민이 있었다

여러 업체의 상담을 받으며 질문들을 마구 던지다 보니, 뭔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 매장들을 몇 군데 ‘발품 팔아가며’ 직접 가서 보고 나니 ‘기준’이 생기기 시작했다.

시식했을 때 맛있는 곳, 내가 좋아하는 것, 쉬워 보이는 것으로 창업을 하면 안되겠더라. 사장이 애정 갖고 가게를 운영할 때, 손님들의 마음을 살 수 있고, 그래야 진짜 ‘장사’를 할 수 있다.

- 초기 투자금은 얼마나 드는지
- 배워서 할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인지
- 가게 운영에 있어 관리 요소는 어떤 것이 있고 비용은 얼마인지
- 프랜차이즈 본사의 지원사항은 무엇이고, 로열티 or 수수료는 어떤지
- 평균적인 매출과 영업이익률은 얼마인지 (투자금 회수기간..)

물론 고작 며칠, 수일 정도의 고민으로는 턱 없이 부족하다.
사장님들이 하시는 고민에는 새발의 피도 안 될거다.

그래, ‘사업을 시작하는 순간’은 사장님들의 끊임 없는 고민과
어렵게 어렵게 마련한 피 같은 돈이 들어간, 정말 귀중한 순간이었던거다.

이러한 창업의 순간이 없이는 ‘사업을 운영하고 성장하는 순간’도 존재할 수 없었을 거다. 창업보다 어려운 것이 꾸준히 운영하는 거라던데, 창업 이후에도 사장님들은 얼마나 많은 고민과 어려움들을 겪고 계실까?

그런 의미에서 한국신용데이터가 잘 했으면 좋겠다. 진정성을 가지고 ‘더 잘했으면’ 좋겠다. 캐시노트가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업의 모든 순간에 ‘진짜’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HR담당자로서, 진정성을 담은 서비스, 그런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

‘사장님 되어보기’ 프로그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단순한 일일 체험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사업의 시작과 끝을 염두에 두고 보다 ‘넓은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 보고, ‘사장님들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야겠다는 다짐했다.

그리고 이 다짐은 실제 프로그램에 이렇게 반영이 되는데…

(사장님 되어보기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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